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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구 지하보차도 갈등: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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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례 요약 ==
== 요약 ==
경인철도 횡단 지하보차도 설치 공사는 보상비 포함 총사업비 70억 원을 들여, B초등학교 인근에 길이 73m, 폭 10~11.8m의 지하보차도 및 접속도로 확장 사업을 벌여 학생 통학로와 도로 교통망을 확보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지역경제 활성화와 생활권 연결 차원에서 지하보차도가 꼭 필요하다는 측과 굴착 과정에서 건물안전위협 및 주차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한다는 진영의 의견이 맞서 2015년 4월 공사가 시작된 후 한 달 만에 사업이 중단되었다.
 
이에 따라 부평구는 지방자치단체 중 전국 최초로 도입한 갈등관리 조정관을 투입해 지속적인 조정 작업을 벌여 총 20개 항에 이르는 이해당사자들의 최종 합의를 이끌어냈다.<ref name=":0">이정택, "인천시 부평구, 철도횡단 지하보차도 설치 민원 해결", 국제뉴스, 2016년 10월 10일. https://www.gukj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69022</ref>
 
== 갈등 배경 ==
해당 건설 사업이 최초로 제안된 것은 2005년으로, 그 당시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지역 정치인과 협의를 하고, 함께 부평구에 제안을 한 것이 사업의 발단이다. 해당 사업에 대해서 부평구는 주민들이 원하는 사업이라 판단했으나, 예산을 확보하는 데 약 10년이 소요되었고 이 시점에서는 반대 의견을 가진 이해관계자가 존재해 갈등이 발생하게 되었다.
 
사업 대상 지역은 지상으로 지나가는 경인철도에 의해 부개1동과 부개2동이 나뉘어져 있는 곳이었다. 두 지역을 연결하는 길은 부개역 위로 놓여져 있는 육교 하나와 약 900미터 정도 떨어진 부평역 방향의 지하보차도가 또 다른 하나이다. 연구자가 현장에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지하보차도가 건설될 경우 바로 인접한 곳으로 알려진 두 건물인 D빌라와 C빌라의 거리가 도보로 15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파일:반대.jpg|섬네일|D빌라 주민들의 지하보차도 반대 현수막]]
총 길이 27m, 폭 10m로 설계된 해당 도로는 부개1동 D빌라와 부개2동 B초등학교 앞에 설치될 계획이었지만, 인근 빌라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중단되었다. 주민들은 부평구청 도로 앞에서 지하보차도 공사 반대를 주장했고 결국 공사가 무기한 중단되었다.<ref>서인석,"지하보차도에 밀려난 생활권", 기호일보, 2015년 7월 17일<nowiki/>http://www.kiho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614985</ref>
 
 
 
 
 
 
== 이해관계자의 입장 ==
 
=== 찬성측 ===
찬성측 이해관계자 집단은 주민자치위원회로 대표되는 부개1동 주민들이었다. 이들은 현 상황 유지, 지역 간의 이동 편의성, 확보한 예산의 활용, 다수 의견의 존중을 쟁점으로 보았다. 이들은 현 상황에 대해서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었고, 지역 간의 이동 편의성 역시 증진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예산 활용과 다수 의견 존중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으며, 종합적으로 사업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 반대측 ===
반대측 첫 번째 이해관계자 집단은 D빌라였다. 이들은 공사로 인해 건물의 안전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 지하보차도가 건설될 경우 생활권이 위험해질 가능성, 주변 소음, 주차 구역이 사라지는 문제, 주변이 슬럼화될 가능성을 주요 쟁점으로 보았다. 이들은 이런 문제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과 더불어 사업을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두 번째 이해관계자 집단은 S빌라였다. 이들은 D빌라와 인접해 있지만 지하 보차도가 건설될 경우 출구에서 더 많이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해 있다. 이들은 지하보차도가 건설될 경우 생활권이 위험해질 가능성, 주변 소음, 주차 구역이 사라지는 문제를 쟁점으로 보았는데, D빌라와 마찬가지로 이런 문제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과 더불어 사업을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세 번째 이해관계자 집단은 C빌라였다. 이들은 경인철도를 사이에 두고 D빌라와 비슷한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이들은 지하보차도가 건설될 경우 생활권이 위험해질 가능성, 주변 소음, 주변이 슬럼화될 가능성, 쌓여 있는 토사물 문제를 쟁점으로 보았는데, 토사물 문제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처리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D빌라 및 S빌라와 달랐던 점은, 인터뷰 대상자들 중 대다수는 사업에 대해서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소수나마 찬성하는 입장이 포착되었다는 것이다.
 
 
네 번째 이해관계자 집단은 B초등학교였다. 이들은 C빌라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었는데, 사업이 진행되어 지하보차도가 뚫릴 경우 진출입로가 학교 정문 앞까지 이어질 상황이었다. 이들은 등하교시 교문 앞에서 학생들의 교통안전, 학교 둘레 일방통행로에 차량이 증가할 경우 학생들의 교통안전, 주변이 슬럼화될 가능성을 쟁점으로 보았고, 이런 문제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과 더불어 사업을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 기타 ===
[[파일:공간적 배경.png|섬네일|369x369픽셀|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지역의 구의원 및 시의원들에 대한 인터뷰도 진행됐다. 사업에 대해서 찬성하는 의원들도 있었고, 반대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이들은 예산, 주민 불편 해소, 충분한 소통, D빌라가 제기하는 문제의 해소 등을 쟁점으로 보았고, 전반적으로 이 쟁점들에 대해 이미 편성된 예산이므로 집행되어야 한다는 입장, 문제들이 해소되어야 한다는 입장 등을 나타냈다.
 
 
 
== 이해관심사 분석 ==
D빌라와 S빌라는 같은 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세 가지 쟁점을 공유하고 있었는데, 갈등영향분석을 통해 이들의 이해관심사로 추정되는 것은 건물의 안전, 주차 편의성, 교통안전, 야간 안전, 집값, 사업 진행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이 있었다. 이 이해관심사들 중에서 D빌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건물의 안전으로 판단 됐다. D빌라에 거주하는 인터뷰 대상자들이 건물의 외벽에 발생한 여러 개의 균열을 반복해서 강조한 바 있고, “수도조차 강하게 틀면 터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약하게 틀어야 하는 상황”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S빌라의 경우 건물의 안전 문제는 중요하지 않았다. 대신 지하보차도가 완성될 경우 현재보다 차량 통행이 증가할 것이고, 그 경우 교통 안전이 중요한 이해 관심사로 분석되었다.
 
C빌라는 건물의 안전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았다. 대신 교통안전에 대해서 우려하고 있었고, 슬럼화를 우려하여 야간 안전을 이해관심사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한편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부평구청의 이해관심사로 추정되는 것은 주민들의 편익 증진, 주민들의 합리적인 결론 도출, 예산 확보에 들인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 지역의 발전이 있었다. 이 이해관심사들 중에서 부평구청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의 발전과 주민들의 합리적인 결론 도출로 판단했다. 2005년에 사업을 처음 제안한 것이 주민자치위원회와 지역 정치인이었기 때문에, 이 사업은 그 성격 자체가 지역 발전을 원하는 주민들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또한 지하보차도를 만들 경우 가장 많이 이용할 사람들은 지역의 주민들이며, 따라서 지역 주민들이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이 사업과 관련하여 부평구청에게 매우 중요했다고 판단 한 것이다.
 
한편 주민자치위원회의 이해관심사로 추정되는 것은 주민들의 편리한 이동, 학생들의 편리한 등하교, 원활한 차량 통행, 지역 발전이 있었다. 이 중에서 근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이해관심사는 지역 발전으로 보았다. 이는 주민자치위원회가 해당 지하보차도 건설 뿐 아니라 다양한 지역 발전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지하보차도와 거리상으로는 다소 멀리 떨어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약 540명의 사업 찬성 서명을 받기도 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B초등학교의 이해관심사는 교통안전과 학생들의 안전한 등하교로 추정되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교통안전에 대한 언급이 더 많았던 것으로 미루어 교통안전을 초등학교의 더 중요한 이해관심사로 판단했다.
 
== 갈등 해결과정 ==
 
=== 갈등조정회의 제안 ===
조정을 중립적 제3자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는 협상이라고 할 때, 당연하게 전제되는 것이 이해관계자들의 참석 의사 이다. 협상 자리에 어느 중요한 당사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협상은 시작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갈등조정회의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것은 조정이 시작될 수 있는 기본 조건이 갖추어졌다는 것이다.
 
한편 조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조정에 참여한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수용 가능한 창의적 해법이 도출되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윈-윈 해 법이라고 부르는 이 해결책은 입장의 측면에서는 도출되기 어렵다. 어느 한 쪽 은 사업을 찬성하는 입장이고, 다른 한 쪽은 사업을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갈등 조정회의가 열리는데, 양립 불가능한 입장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 다. 물론 어느 한 쪽이 상대의 입장을 바꾸도록 설득할 수도 있지만, 공격적인 설득을 통해 상대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대신 갈등조정회의가 추구하는 것은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핵심적인 이해관심사들이 두루 충족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것이다. 이런 아이디어가 도출 가능한지를 보기 위해서 D빌라, S빌라, C빌라, B초등학교, 부평구청, 주민 자치위원회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핵심적인 이해관심사를 종합하면 크게 안전과 지역 발전으로 모아진다. 이 두 가지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가능하며, 동시에 충족하는 것도 가능한 이해관심사들로 판단했다. 이처럼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석 의사를 표명했다는 점과 핵심 이해 관심사들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연구진은 갈등해결의 한 방법으로 조정협의체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 사전회의 개최 ===
조정회의를 준비하기 위한 사전회의가 2016년 3월 9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부평 어울림센터 대강당에서 열렸다. 사전회의는 갈등영향분석 보고서에서 제안 되었던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참석해서 조정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을 다시 한 번 듣고, 조정 절차에 참여할 것인가에 대해 공개적으로 동의하는 자리였다. D 빌라, S빌라, C빌라의 대표들이 왔고, 주민자치위원장, B초등학교, 부평구청, 철도청, 감리가 모두 왔다. 그리고 그에 더해서 시공사에서 관계자가 참여했다. 사안에 관심이 있었던 부개동 주민들도 배석했다.
 
사전회의에서 조정자들은 갈등조정회의에 대해 다시 한 번 설명했다. 갈등조정회의는 회의 참여자들에게 주도권이 주어지는 방식이라는 점과, 현재 명칭조차 없을 정도로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회의가 시작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참여한 이해관계자 대표들은 자신들의 입장에 대해 설명하였고, 1주일 후에 갈등조정회의를 개회하는 것에 대부분이 동의했다. S빌라의 대표는 갈등조정회의의 개회에 명시적으로 동의하지 않았지만, 갈등조정회의를 반대하지는 않았다. 첫 번째 갈등조정회의에서 다룰 안건으로는 회의명칭을 정하는 것, 공사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 C빌라 앞에 쌓여 있는 토사물의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것, 회의 참석자들이 현장을 방문할 일정을 잡는 것이 도출되었다.
 
=== 갈등조정회의 ===
 
==== 회의 명칭과 규칙 합의 ====
제1차 갈등조정회의가 2016년 3월 16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사전회의를 했던 동일한 장소에서 개최되었다. 사전회의 때 참석했던 대표들이 모두 참석했다.
 
제1차 조정회의가 다룬 첫 번째 안건은 회의의 명칭이었다. 기존에 부평구청에서 부르던 명칭에 대해 B초등학교에서 부분 수정을 제안했고, 그 안에 대해 참여자 모두가 동의해 합의가 이루어졌다.
 
회의 명칭 선정 이후 이어진 것은 조정자들이 준비한 기본규칙(안)에 대해 검토하고, 필요한 수정·보완을 거쳐 합의하는 것이었다. 기본규칙에 대해 하나하 나 읽어가면서 토론하는데 1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방식을 택했는데, 모두가 동일한 회의 규칙을 인지하고 그에 따르기로 동의하는 과정이 갖는 긍정적인 효과를 중시했기 때문이다.
 
제1차 조정회의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회의 참여자들이 만장일치라는 방식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실질적인 내용이 아닌 회의 명칭과 회의규칙에 대해 만장일치로 합의함으로써, 서로 간에 의견이 다를 때 단순히 다수의 의견을 선택하는 것 외에, 모두가 수용 가능한 의견을 새로이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경험했다.
 
그 후 예정대로 지하보차도 설치 공사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는데, 설명을 들은 D빌라의 대표는 건물 안전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C빌라의 대표들은 토사 문제에 대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부평구에서는 토사물에 대한 이동은 조정회의가 최종 마무리되는 시점에 판단 가능하다고 설명하며, 우선은 기술적으로 천막 등을 통해 대처하겠다고 하였으며, 이에 대해 C빌라에서는 수용하였다.
 
이 사례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대표성 문제를 논의할 때 나왔다. 조정자는 본격적으로 갈등조정회의가 시작되었으므로 대표자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고, 통상 주민 대표들의 경우 관련된 주민들의 과반수나 2/3가 그분들을 대표로 인정하는 문서 등을 통해 대표성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해소한다는 점을 설명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2가지 측면에서 대표성 문제를 해소할 것을 제안했다. 첫 번째는 누구라도 대표가 되고자 한다면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주민들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대표를 모집한다는 현수막을 여러 장 게시하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조정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자료와 조정회의 규칙을 가가호호 배포 하는 것과 회의가 끝날 때마다 제공되는 회의 결과를 주요 출입구 등에 게시해 모든 관련 주민들이 조정회의에서 다루어지는 논의와 잠정 합의 사항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 사업의 타당성 논의 ====
제2차 갈등조정회의의 핵심은 세 가지였는데, 첫째는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토론이었고, 둘째는 주민 대표성에 대한 확인, 셋째는 기존에 합의한 작은 사항의 이행 경험이었다.
 
공익을 위해 하는 어떤 사업에 대해 주민들이 반대를 한다면, 그 이유는 타당성 차원에서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그 사업이 추구하는 공익 자체에 대해 신뢰하기 어렵다는 경우와, 둘째, 그 사업이 추구하는 공익에는 동의하지만 사업 방식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경우, 그리고 셋째 앞의 두 가지에 동의하더라도 주민 의견 수렴 등 사업 추진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경우로 나뉜다.
 
제2차 갈등조정회의에서 검토한 것은 그 중에서 첫 번째로 이 사업을 통해 공익이 달성될 수 있는지였다. 이와 같은 토론에 있어서, 이해관계자들은 미래에 대한 전망에는 서로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현재를 기준으로 만약 지하보차도가 있다면 어떤 점이 좋을 것인가에 대화의 초점을 맞추었다. 토론 결과 부개 1, 2동 간에 원활한 통행이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큰 틀에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공감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볼 때, B초등학교의 상황으로 인해 부개1동 초등학생들의 경우 현재 이 지하보차도가 있어도 등하교 목적으로 이용할 일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것을 확인했고,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통행에는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한편 차량의 통행 필요성에 대해서는 사업 찬성 측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고, 사업 반대 측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서 공통 인식에 이르지 못했다. 조정자가 제2차 갈등조정회의의 사업 타당성 검토 범위를 공익 달성 여부에 국한하고자 했어도, 불가피하게 사업 방식과 사업 추진 절차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루어졌다. D빌라와 S빌라 주민들은 주민들의 상황을 감안할 때, 사업 필요성에 공감하기 어렵다고 표현함으로써 사업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갈등조정회의에 참여한 주민들이 자신들의 대표성에 대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확인했다는 것은 제2차 갈등조정회의의 두 번째 핵심이었다. 제1차 조정회의 에서 합의한 바에 따라 해당 지역의 주목도가 높은 세 곳에 현수막을 걸고 갈등 조정회의를 개최한다는 것과 대표로 참여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점을 알렸는데, 추가로 참여 신청을 한 주민은 없었다. 따라서 제1차 갈등조정회의에 참여했던 주민들이 각자 자기 집단을 대표하는 것으로 인정할 수 있었다.
 
제2차 갈등조정회의의 세 번째 핵심은 제1차 갈등조정회의에서 합의된 작은 약속들이 지켜졌다는 것이다. 우선 C빌라 앞의 토사물에 대한 조치가 이루어졌다. C빌라 대표들은 이 조치가 미흡하다고 말했고, 부평구청에서 이에 대해 추 가로 조치를 하기로 했다. 또 다른 약속은 현수막을 통해 대표를 모집하자는 것 이었고, 이에 대해서는 위에 설명한 바와 같이 합의한 대로 진행되었다. 이처럼 작은 사항에 합의하고, 그것이 갈등조정회의 구조 내에서 이루어진다는 경험은 장기적인 협의기구를 통해 성과를 내는 데 있어서 중요했다고 판단된다.
 
==== 이해관심사와 대안 논의 ====
제3차 갈등조정회의부터는 주요 이해관심사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D빌라에서는 공사 진행 시 건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부가적인 이해관심사로는 주차 문제가 제기되었는데, 사업이 마무리되면 수십 대의 차량을 주차하는 공간이 사라진다는 점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부평구는 관계 부서인 주차지도과 담당자를 추후 회의에 참석하도록 요청하겠다는 답변을 했다.
 
제4차 갈등조정회의에서는 제3차 갈등조정회의에서 확인하기로 한 사항들에 대해 논의를 했고, 이어서 지하보차도에 대한 대안을 논의했다. 제2차 갈등조정 회의에서 자동차의 이동은 현재 기준으로 볼 때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인식이 어느 정도 공유됐기 때문에, 사람들의 이동을 원활히 하는 방법들이 논의되었다.
 
첫 번째 대안은 설계를 변경해서 기존의 지하보차도보다 폭을 반으로 좁히자는 것이었다('''좁은 지하보도 건설안'''). 이와 관련하여 지하 보도가 우범지대로 전락할 우려가 있어서 조명과 CCTV를 설치해 치안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두 번째 대안은 육교를 설치하는 것이었다('''육교 건설안'''). 이에 대해서는 C빌라 대표들이 육교를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C빌라의 내부 공간을 보게 되어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는 문제제기를 했다. 또한 육교는 C빌라 쪽의 주차공간을 축소시키는 문제도 발생시킬 수 있다고 봤다. 세 번째 대안은 지하보도의 폭은 기존 10미터를 유지하지만, D빌라와 C빌라 측의 진출입로는 보도 전용으로만 설계해 차량 통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안이었다('''넓은 지하보도 건설안'''). 10년 이상이 지난 미래에 차량 통행에 대한 주민들의 필요성 인식이 바뀌게 되면, 다시 이해관계자들의 합의를 거쳐 지하차도 역할을 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회의에 참여한 대표들은 제4차 갈등조정회의에서 특정 대안에 합의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의 회의에서 세 번째 대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주민 대표들은 매주 진행하던 회의를 2주 후에 진행하기로 하였는데, 이는 위의 세 가지 대안에 대해 지역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대안에 대한 의견 수렴 논의와 최종합의문 초안 도출 ====
제5차 갈등조정회의에서는 2주 전 논의한 3가지 대안에 대해 이해관계자들 별로 집단 내 의견 수렴을 한 결과를 공유했다.
 
D빌라 및 S빌라는 1안이 수용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C빌라는 1안과 3안을 수용한다고 말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미래를 생각할 때 3안이 1안보다 낫다고 봤고, 부평구청은 3개의 대 안 중 무엇이든 주민의견을 존중하여 합의결과에 따르겠다고 발언했다.
 
이상의 논의를 반영하여, 조정자들은 2안을 추후 논의에서 제외할 것을 제안했고, 모든 대표자들이 이에 합의했다. 그리고 1안과 3안의 경우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1안과 3안을 더 좋게 변형시키기 위해 추가할 수 있는 조건, 추후 어떤 하나의 안이 선택될 경우 그 안에 부가될 수 있는 조건에 대해 대표들이 한 주 간 생각해보도록 권고했다.
 
제6차 갈등조정회의에서 대표들은 3안인 넓은 지하보도안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합의했다. 대신 치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하도 내에 CCTV를 설치하고 LED 조명을 설치하는 방안이 포함되었다. 또한 공사를 진행하는 중에 주변 건물의 안전에 피해가 있을 경우, 공사를 즉시 중단하고 전문기관 등에 의뢰하여 책임 소재를 규명하여, 그 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하는 방법을 포함시켜 D빌라의 핵심 이해관심사를 충족시켰다. 지하보도 내의 유휴 공간은 주민 편의를 위해 활용하는 것으로 해서 일종의 인센티브로 제공했다. 대표들은 이 최종 합의문 초안을 가지고 각각의 집단으로 돌아가 2주 간의 의견 수렴 기간을 가지기로 했다.
 
==== 최종합의문 초안에 대한 의견 수렴 ====
D빌라와 S빌라의 대표들은 제6차 갈등조정회의에서 넓은 지하보도 건설안을 수용했지만, 각자의 집단으로 가서 의견을 수렴한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두 집단에서는 건물의 안전에 대해 우려하며 좁은 지하보도 건설안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많이 나타냈다. 또한 D빌라와 S빌라 측에서는 시공사가 참여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해 공사의 안전성에 대해 설명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1주일 후에 시공사가 주민 설명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한편 C빌라와 주민자치위원회, 부평구청 측에서는 의견 수렴 결과 최종합의문 초안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예정대로 2016년 5월 18일에 시공사가 D빌라 인근에서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설명회에서 시공사는 지하에 매설되어 있는 우수관 이설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을 했는데, 이에 대해 설명회에 참여한 주민들이 동요했다. 기존 최종합의문 작성을 하는 과정에서 이에 대해 논의가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부평구청이 우수관 이설 없는 공사가 당연히 가능하다고 구두로 설명했기 때문이었다. 이와 같은 설명은 당시 최종합의문에 담기지 않았는데, 시공사는 이를 공사 방식의 변경이 없는 것이라 해석한 것이었다.
 
그러나, 우수관 이설은 공사의 범위와 규모가 커지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D빌라의 코 앞까지 공사가 진행되는 것이고, 그 경우 D빌라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었다. 주민설명회에 같이 자리했던 조정자는 우수관 이설에 대해서는 그간 부평구가 설명한 바가 전부였고, 그 설명 내용이 시공사와는 다르다는 점을 처음 인지했다고 말했다. 조정자는 이 문제를 차기 회의에서 보다 명료하게 다루기로 했다.
 
==== 기술적, 객관적 논의 진행 ====
제8차 갈등조정회의의 가장 큰 쟁점은 공사시 우수관의 이설이 불가피한가 아니면 이설 없이 공사가 가능한가였다.
 
부평구청은 해당 공사가 6미터 길이의 강관을 사용하여 프론트 잭킹 공법으로 진행되는데, 기존 방법은 사용한 강관이 D빌라 쪽에서 온전히 회수되는 방식이었다고 설명하면서, 우수관 이설 없이 공사를 하겠다는 의미는 이 6미터짜리 강관을 3미터 지점에서 절단해서 강관을 폐기하여야 하므로 공사비의 상승은 있지만, 부평구에서는 이 방법으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D빌라의 대표는 우수관 이설 없는 공사를 하더라도 소음 등 다른 문제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주민설명회에서 발생했던 동요로 인해 주민대표들은 더 민감해져 있는 것으로 보였고, 논의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 넓은 지하보도 대신에 좁은 지하보도를 건설하는 것이 소음, 먼지 등 여러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차기 회의에서는 좁 은 지하보도와 넓은 지하보도 공사에 있어서 차이점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수치를 가지고 논의하기로 했다.
 
제9차 갈등조정회의에서는 좁은 지하보도(폭 5미터) 건설안과 넓은 지하보도 (폭 10미터) 건설안의 차이점을 구체적인 수치를 가지고 비교했다. 좁은 지하보도의 폭이 넓은 지하보도의 폭에 비해서 반에 불과하기 때문에, 좁은 지하보도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공사기간이나 소음 등도 모두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지하보도의 폭은 반으로 줄더라도 진입로의 길이는 그대로였기 때문에, 전체 공사길이는 68미터에서 63미터로 10% 정도 줄어든 것에 불과했다. 진입로 중 하나인 경사로의 길이만 50미터 정도였다. 다른 한 쪽은 길이 8미터의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실질적으로 공사 범위를 줄이는 것은 경사로 대신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방법이었다. 자전거나 유모차 등이 통행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경사로 대신 엘리베이터 설치도 가능했고, 이에 대해 한 주민대표가 제안했다. 1주일 후 열린 제10차 갈등조정회의에서 D빌라 대표는 주민들이 엘리베이터 설치에 찬성했으며, 넓은 지하보도와 좁은 지하보도 간에 공사 구간 차이가 5미터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해서 넓은 보도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주차 문제, 소음 문제 등 다른 이해관심사에 대한 해결 방안들도 다뤄졌다. 제11차 갈등조정회의에서 D빌라, S빌라, C빌라 대표들은 철도변에 방음벽 설치를 제안했다. 원래 방음벽을 철도청 소관이지만, 철도가 D빌라보다 먼저 건설 되었기 때문에 철도 관련 예산으로는 소음벽을 만들 수 없었다.
 
==== 최종합의문 수정안 작성 및 배포 ====
제12차 갈등조정회의에서는 소음측정을 통해 방음벽 설치를 추진해보자는 공감대를 형성했고, 그와는 별도로 최종합의문 수정안을 작성했다. 각 주민대표들은 해당 수정안을 가지고 자신들의 집단으로 돌아가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최종합의안에는 사업을 기존의 지하보차도 건설에서 넓은 지하보도 건설로 바꾼다는 조항부터 시작해서 20가지의 구체적인 합의 사항이 담겼다. 10월 7일에는 그동안 갈등조정회의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모여서 서명식을 진행했다.
 
== 결과 ==
본 사례에서는 충분한 대화를 통해 갈등조정회의에 참여한 대표자들이 서로 소통했으며, 각 대표자들은 자신들이 속한 집단에 가서 그 내용을 효과적으로 공유했고, 그들의 의견을 수렴해 다시 갈등조정회의의 자리에 나와서 소통했다. 이 사업이 최종합의문대로 진행된다면, 부개1동의 중고등학생들은 그 전보다 더 편하게 학교에 갈 수 있을 것이다. 지각할 것이 걱정돼 무리하게 도로를 건너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본 사례는 갈등영향분석을 실시하고, 그 결과에 기반해서 갈등조정회의를 운영하여 갈등을 성공적으로 해결한 전형적인 사례이다. 그동안 갈등영향분석이 과연 효과적인지에 대해 현장에서 종종 의문이 제기됐는데, 이 연구는 갈등영향분석이 중립적으로 진행되고, 연계 시기에 적절한 노력이 투입되면, 분석 결과로 제시된 갈등해결 프로세스를 통해 갈등이 해결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갈등조정회의에 조정자로 참여한 단국대 분쟁해결센터 김강민, 전형준 교수는 부평구 갈등조정의 시사점으로 갈등의 긍정적인 측면은 최대화하고, 부정적인 측면은 최소화한 갈등관리의 모범적 사례로 공공사업의 갈등 해결에 있어 지자체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기념비적인 사건이라 평가했다.<ref name=":0" />
 
== 참고문헌 ==
전형준. (2019). 갈등의 진단과 해결의 연계: 부평구 공공갈등 진단 및 해결 사례 연구. 분쟁해결연구, 17(3), 5-33.
 
강지선(2017). “공공갈등조정관제의 제도화 가능성에 관한 연구: 인천시 부평구 공공 갈등조정관 제도를 중심으로.” 한국인사행정학회보 16-4: 72-81.
 
김강민(2017). “우리나라 갈등관리시스템(갈등영향분석, 갈등조정협의회)을 활용한 갈등해결방안: 부평구 지하보차도 건설사례를 중심으로.” 열린충남: 72-81.
 
김재근・채종헌. (2009). 정책갈등의 제3자 갈등조정 효과. 「분쟁해결연구」, 7(1): 5-40.
 
박재근・은재호. (2016). 공공갈등 해결과정에서 조정의 성립과 합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연구. 「한국정책학회보」, 25(2): 529-558.
<referenc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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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정책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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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16일 (일) 18:43 기준 최신판

요약

경인철도 횡단 지하보차도 설치 공사는 보상비 포함 총사업비 70억 원을 들여, B초등학교 인근에 길이 73m, 폭 10~11.8m의 지하보차도 및 접속도로 확장 사업을 벌여 학생 통학로와 도로 교통망을 확보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지역경제 활성화와 생활권 연결 차원에서 지하보차도가 꼭 필요하다는 측과 굴착 과정에서 건물안전위협 및 주차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한다는 진영의 의견이 맞서 2015년 4월 공사가 시작된 후 한 달 만에 사업이 중단되었다.

이에 따라 부평구는 지방자치단체 중 전국 최초로 도입한 갈등관리 조정관을 투입해 지속적인 조정 작업을 벌여 총 20개 항에 이르는 이해당사자들의 최종 합의를 이끌어냈다.[1]

갈등 배경

해당 건설 사업이 최초로 제안된 것은 2005년으로, 그 당시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지역 정치인과 협의를 하고, 함께 부평구에 제안을 한 것이 사업의 발단이다. 해당 사업에 대해서 부평구는 주민들이 원하는 사업이라 판단했으나, 예산을 확보하는 데 약 10년이 소요되었고 이 시점에서는 반대 의견을 가진 이해관계자가 존재해 갈등이 발생하게 되었다.

사업 대상 지역은 지상으로 지나가는 경인철도에 의해 부개1동과 부개2동이 나뉘어져 있는 곳이었다. 두 지역을 연결하는 길은 부개역 위로 놓여져 있는 육교 하나와 약 900미터 정도 떨어진 부평역 방향의 지하보차도가 또 다른 하나이다. 연구자가 현장에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지하보차도가 건설될 경우 바로 인접한 곳으로 알려진 두 건물인 D빌라와 C빌라의 거리가 도보로 15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D빌라 주민들의 지하보차도 반대 현수막

총 길이 27m, 폭 10m로 설계된 해당 도로는 부개1동 D빌라와 부개2동 B초등학교 앞에 설치될 계획이었지만, 인근 빌라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중단되었다. 주민들은 부평구청 도로 앞에서 지하보차도 공사 반대를 주장했고 결국 공사가 무기한 중단되었다.[2]




이해관계자의 입장

찬성측

찬성측 이해관계자 집단은 주민자치위원회로 대표되는 부개1동 주민들이었다. 이들은 현 상황 유지, 지역 간의 이동 편의성, 확보한 예산의 활용, 다수 의견의 존중을 쟁점으로 보았다. 이들은 현 상황에 대해서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었고, 지역 간의 이동 편의성 역시 증진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예산 활용과 다수 의견 존중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으며, 종합적으로 사업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반대측

반대측 첫 번째 이해관계자 집단은 D빌라였다. 이들은 공사로 인해 건물의 안전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 지하보차도가 건설될 경우 생활권이 위험해질 가능성, 주변 소음, 주차 구역이 사라지는 문제, 주변이 슬럼화될 가능성을 주요 쟁점으로 보았다. 이들은 이런 문제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과 더불어 사업을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두 번째 이해관계자 집단은 S빌라였다. 이들은 D빌라와 인접해 있지만 지하 보차도가 건설될 경우 출구에서 더 많이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해 있다. 이들은 지하보차도가 건설될 경우 생활권이 위험해질 가능성, 주변 소음, 주차 구역이 사라지는 문제를 쟁점으로 보았는데, D빌라와 마찬가지로 이런 문제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과 더불어 사업을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세 번째 이해관계자 집단은 C빌라였다. 이들은 경인철도를 사이에 두고 D빌라와 비슷한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이들은 지하보차도가 건설될 경우 생활권이 위험해질 가능성, 주변 소음, 주변이 슬럼화될 가능성, 쌓여 있는 토사물 문제를 쟁점으로 보았는데, 토사물 문제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처리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D빌라 및 S빌라와 달랐던 점은, 인터뷰 대상자들 중 대다수는 사업에 대해서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소수나마 찬성하는 입장이 포착되었다는 것이다.


네 번째 이해관계자 집단은 B초등학교였다. 이들은 C빌라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었는데, 사업이 진행되어 지하보차도가 뚫릴 경우 진출입로가 학교 정문 앞까지 이어질 상황이었다. 이들은 등하교시 교문 앞에서 학생들의 교통안전, 학교 둘레 일방통행로에 차량이 증가할 경우 학생들의 교통안전, 주변이 슬럼화될 가능성을 쟁점으로 보았고, 이런 문제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과 더불어 사업을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기타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지역의 구의원 및 시의원들에 대한 인터뷰도 진행됐다. 사업에 대해서 찬성하는 의원들도 있었고, 반대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이들은 예산, 주민 불편 해소, 충분한 소통, D빌라가 제기하는 문제의 해소 등을 쟁점으로 보았고, 전반적으로 이 쟁점들에 대해 이미 편성된 예산이므로 집행되어야 한다는 입장, 문제들이 해소되어야 한다는 입장 등을 나타냈다.


이해관심사 분석

D빌라와 S빌라는 같은 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세 가지 쟁점을 공유하고 있었는데, 갈등영향분석을 통해 이들의 이해관심사로 추정되는 것은 건물의 안전, 주차 편의성, 교통안전, 야간 안전, 집값, 사업 진행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이 있었다. 이 이해관심사들 중에서 D빌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건물의 안전으로 판단 됐다. D빌라에 거주하는 인터뷰 대상자들이 건물의 외벽에 발생한 여러 개의 균열을 반복해서 강조한 바 있고, “수도조차 강하게 틀면 터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약하게 틀어야 하는 상황”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S빌라의 경우 건물의 안전 문제는 중요하지 않았다. 대신 지하보차도가 완성될 경우 현재보다 차량 통행이 증가할 것이고, 그 경우 교통 안전이 중요한 이해 관심사로 분석되었다.

C빌라는 건물의 안전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았다. 대신 교통안전에 대해서 우려하고 있었고, 슬럼화를 우려하여 야간 안전을 이해관심사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한편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부평구청의 이해관심사로 추정되는 것은 주민들의 편익 증진, 주민들의 합리적인 결론 도출, 예산 확보에 들인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 지역의 발전이 있었다. 이 이해관심사들 중에서 부평구청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의 발전과 주민들의 합리적인 결론 도출로 판단했다. 2005년에 사업을 처음 제안한 것이 주민자치위원회와 지역 정치인이었기 때문에, 이 사업은 그 성격 자체가 지역 발전을 원하는 주민들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또한 지하보차도를 만들 경우 가장 많이 이용할 사람들은 지역의 주민들이며, 따라서 지역 주민들이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이 사업과 관련하여 부평구청에게 매우 중요했다고 판단 한 것이다.

한편 주민자치위원회의 이해관심사로 추정되는 것은 주민들의 편리한 이동, 학생들의 편리한 등하교, 원활한 차량 통행, 지역 발전이 있었다. 이 중에서 근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이해관심사는 지역 발전으로 보았다. 이는 주민자치위원회가 해당 지하보차도 건설 뿐 아니라 다양한 지역 발전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지하보차도와 거리상으로는 다소 멀리 떨어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약 540명의 사업 찬성 서명을 받기도 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B초등학교의 이해관심사는 교통안전과 학생들의 안전한 등하교로 추정되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교통안전에 대한 언급이 더 많았던 것으로 미루어 교통안전을 초등학교의 더 중요한 이해관심사로 판단했다.

갈등 해결과정

갈등조정회의 제안

조정을 중립적 제3자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는 협상이라고 할 때, 당연하게 전제되는 것이 이해관계자들의 참석 의사 이다. 협상 자리에 어느 중요한 당사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협상은 시작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갈등조정회의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것은 조정이 시작될 수 있는 기본 조건이 갖추어졌다는 것이다.

한편 조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조정에 참여한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수용 가능한 창의적 해법이 도출되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윈-윈 해 법이라고 부르는 이 해결책은 입장의 측면에서는 도출되기 어렵다. 어느 한 쪽 은 사업을 찬성하는 입장이고, 다른 한 쪽은 사업을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갈등 조정회의가 열리는데, 양립 불가능한 입장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 다. 물론 어느 한 쪽이 상대의 입장을 바꾸도록 설득할 수도 있지만, 공격적인 설득을 통해 상대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대신 갈등조정회의가 추구하는 것은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핵심적인 이해관심사들이 두루 충족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것이다. 이런 아이디어가 도출 가능한지를 보기 위해서 D빌라, S빌라, C빌라, B초등학교, 부평구청, 주민 자치위원회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핵심적인 이해관심사를 종합하면 크게 안전과 지역 발전으로 모아진다. 이 두 가지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가능하며, 동시에 충족하는 것도 가능한 이해관심사들로 판단했다. 이처럼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석 의사를 표명했다는 점과 핵심 이해 관심사들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연구진은 갈등해결의 한 방법으로 조정협의체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전회의 개최

조정회의를 준비하기 위한 사전회의가 2016년 3월 9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부평 어울림센터 대강당에서 열렸다. 사전회의는 갈등영향분석 보고서에서 제안 되었던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참석해서 조정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을 다시 한 번 듣고, 조정 절차에 참여할 것인가에 대해 공개적으로 동의하는 자리였다. D 빌라, S빌라, C빌라의 대표들이 왔고, 주민자치위원장, B초등학교, 부평구청, 철도청, 감리가 모두 왔다. 그리고 그에 더해서 시공사에서 관계자가 참여했다. 사안에 관심이 있었던 부개동 주민들도 배석했다.

사전회의에서 조정자들은 갈등조정회의에 대해 다시 한 번 설명했다. 갈등조정회의는 회의 참여자들에게 주도권이 주어지는 방식이라는 점과, 현재 명칭조차 없을 정도로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회의가 시작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참여한 이해관계자 대표들은 자신들의 입장에 대해 설명하였고, 1주일 후에 갈등조정회의를 개회하는 것에 대부분이 동의했다. S빌라의 대표는 갈등조정회의의 개회에 명시적으로 동의하지 않았지만, 갈등조정회의를 반대하지는 않았다. 첫 번째 갈등조정회의에서 다룰 안건으로는 회의명칭을 정하는 것, 공사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 C빌라 앞에 쌓여 있는 토사물의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것, 회의 참석자들이 현장을 방문할 일정을 잡는 것이 도출되었다.

갈등조정회의

회의 명칭과 규칙 합의

제1차 갈등조정회의가 2016년 3월 16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사전회의를 했던 동일한 장소에서 개최되었다. 사전회의 때 참석했던 대표들이 모두 참석했다.

제1차 조정회의가 다룬 첫 번째 안건은 회의의 명칭이었다. 기존에 부평구청에서 부르던 명칭에 대해 B초등학교에서 부분 수정을 제안했고, 그 안에 대해 참여자 모두가 동의해 합의가 이루어졌다.

회의 명칭 선정 이후 이어진 것은 조정자들이 준비한 기본규칙(안)에 대해 검토하고, 필요한 수정·보완을 거쳐 합의하는 것이었다. 기본규칙에 대해 하나하 나 읽어가면서 토론하는데 1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방식을 택했는데, 모두가 동일한 회의 규칙을 인지하고 그에 따르기로 동의하는 과정이 갖는 긍정적인 효과를 중시했기 때문이다.

제1차 조정회의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회의 참여자들이 만장일치라는 방식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실질적인 내용이 아닌 회의 명칭과 회의규칙에 대해 만장일치로 합의함으로써, 서로 간에 의견이 다를 때 단순히 다수의 의견을 선택하는 것 외에, 모두가 수용 가능한 의견을 새로이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경험했다.

그 후 예정대로 지하보차도 설치 공사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는데, 설명을 들은 D빌라의 대표는 건물 안전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C빌라의 대표들은 토사 문제에 대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부평구에서는 토사물에 대한 이동은 조정회의가 최종 마무리되는 시점에 판단 가능하다고 설명하며, 우선은 기술적으로 천막 등을 통해 대처하겠다고 하였으며, 이에 대해 C빌라에서는 수용하였다.

이 사례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대표성 문제를 논의할 때 나왔다. 조정자는 본격적으로 갈등조정회의가 시작되었으므로 대표자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고, 통상 주민 대표들의 경우 관련된 주민들의 과반수나 2/3가 그분들을 대표로 인정하는 문서 등을 통해 대표성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해소한다는 점을 설명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2가지 측면에서 대표성 문제를 해소할 것을 제안했다. 첫 번째는 누구라도 대표가 되고자 한다면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주민들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대표를 모집한다는 현수막을 여러 장 게시하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조정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자료와 조정회의 규칙을 가가호호 배포 하는 것과 회의가 끝날 때마다 제공되는 회의 결과를 주요 출입구 등에 게시해 모든 관련 주민들이 조정회의에서 다루어지는 논의와 잠정 합의 사항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사업의 타당성 논의

제2차 갈등조정회의의 핵심은 세 가지였는데, 첫째는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토론이었고, 둘째는 주민 대표성에 대한 확인, 셋째는 기존에 합의한 작은 사항의 이행 경험이었다.

공익을 위해 하는 어떤 사업에 대해 주민들이 반대를 한다면, 그 이유는 타당성 차원에서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그 사업이 추구하는 공익 자체에 대해 신뢰하기 어렵다는 경우와, 둘째, 그 사업이 추구하는 공익에는 동의하지만 사업 방식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경우, 그리고 셋째 앞의 두 가지에 동의하더라도 주민 의견 수렴 등 사업 추진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경우로 나뉜다.

제2차 갈등조정회의에서 검토한 것은 그 중에서 첫 번째로 이 사업을 통해 공익이 달성될 수 있는지였다. 이와 같은 토론에 있어서, 이해관계자들은 미래에 대한 전망에는 서로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현재를 기준으로 만약 지하보차도가 있다면 어떤 점이 좋을 것인가에 대화의 초점을 맞추었다. 토론 결과 부개 1, 2동 간에 원활한 통행이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큰 틀에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공감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볼 때, B초등학교의 상황으로 인해 부개1동 초등학생들의 경우 현재 이 지하보차도가 있어도 등하교 목적으로 이용할 일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것을 확인했고,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통행에는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한편 차량의 통행 필요성에 대해서는 사업 찬성 측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고, 사업 반대 측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서 공통 인식에 이르지 못했다. 조정자가 제2차 갈등조정회의의 사업 타당성 검토 범위를 공익 달성 여부에 국한하고자 했어도, 불가피하게 사업 방식과 사업 추진 절차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루어졌다. D빌라와 S빌라 주민들은 주민들의 상황을 감안할 때, 사업 필요성에 공감하기 어렵다고 표현함으로써 사업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갈등조정회의에 참여한 주민들이 자신들의 대표성에 대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확인했다는 것은 제2차 갈등조정회의의 두 번째 핵심이었다. 제1차 조정회의 에서 합의한 바에 따라 해당 지역의 주목도가 높은 세 곳에 현수막을 걸고 갈등 조정회의를 개최한다는 것과 대표로 참여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점을 알렸는데, 추가로 참여 신청을 한 주민은 없었다. 따라서 제1차 갈등조정회의에 참여했던 주민들이 각자 자기 집단을 대표하는 것으로 인정할 수 있었다.

제2차 갈등조정회의의 세 번째 핵심은 제1차 갈등조정회의에서 합의된 작은 약속들이 지켜졌다는 것이다. 우선 C빌라 앞의 토사물에 대한 조치가 이루어졌다. C빌라 대표들은 이 조치가 미흡하다고 말했고, 부평구청에서 이에 대해 추 가로 조치를 하기로 했다. 또 다른 약속은 현수막을 통해 대표를 모집하자는 것 이었고, 이에 대해서는 위에 설명한 바와 같이 합의한 대로 진행되었다. 이처럼 작은 사항에 합의하고, 그것이 갈등조정회의 구조 내에서 이루어진다는 경험은 장기적인 협의기구를 통해 성과를 내는 데 있어서 중요했다고 판단된다.

이해관심사와 대안 논의

제3차 갈등조정회의부터는 주요 이해관심사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D빌라에서는 공사 진행 시 건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부가적인 이해관심사로는 주차 문제가 제기되었는데, 사업이 마무리되면 수십 대의 차량을 주차하는 공간이 사라진다는 점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부평구는 관계 부서인 주차지도과 담당자를 추후 회의에 참석하도록 요청하겠다는 답변을 했다.

제4차 갈등조정회의에서는 제3차 갈등조정회의에서 확인하기로 한 사항들에 대해 논의를 했고, 이어서 지하보차도에 대한 대안을 논의했다. 제2차 갈등조정 회의에서 자동차의 이동은 현재 기준으로 볼 때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인식이 어느 정도 공유됐기 때문에, 사람들의 이동을 원활히 하는 방법들이 논의되었다.

첫 번째 대안은 설계를 변경해서 기존의 지하보차도보다 폭을 반으로 좁히자는 것이었다(좁은 지하보도 건설안). 이와 관련하여 지하 보도가 우범지대로 전락할 우려가 있어서 조명과 CCTV를 설치해 치안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두 번째 대안은 육교를 설치하는 것이었다(육교 건설안). 이에 대해서는 C빌라 대표들이 육교를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C빌라의 내부 공간을 보게 되어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는 문제제기를 했다. 또한 육교는 C빌라 쪽의 주차공간을 축소시키는 문제도 발생시킬 수 있다고 봤다. 세 번째 대안은 지하보도의 폭은 기존 10미터를 유지하지만, D빌라와 C빌라 측의 진출입로는 보도 전용으로만 설계해 차량 통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안이었다(넓은 지하보도 건설안). 10년 이상이 지난 미래에 차량 통행에 대한 주민들의 필요성 인식이 바뀌게 되면, 다시 이해관계자들의 합의를 거쳐 지하차도 역할을 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회의에 참여한 대표들은 제4차 갈등조정회의에서 특정 대안에 합의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의 회의에서 세 번째 대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주민 대표들은 매주 진행하던 회의를 2주 후에 진행하기로 하였는데, 이는 위의 세 가지 대안에 대해 지역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안에 대한 의견 수렴 논의와 최종합의문 초안 도출

제5차 갈등조정회의에서는 2주 전 논의한 3가지 대안에 대해 이해관계자들 별로 집단 내 의견 수렴을 한 결과를 공유했다.

D빌라 및 S빌라는 1안이 수용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C빌라는 1안과 3안을 수용한다고 말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미래를 생각할 때 3안이 1안보다 낫다고 봤고, 부평구청은 3개의 대 안 중 무엇이든 주민의견을 존중하여 합의결과에 따르겠다고 발언했다.

이상의 논의를 반영하여, 조정자들은 2안을 추후 논의에서 제외할 것을 제안했고, 모든 대표자들이 이에 합의했다. 그리고 1안과 3안의 경우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1안과 3안을 더 좋게 변형시키기 위해 추가할 수 있는 조건, 추후 어떤 하나의 안이 선택될 경우 그 안에 부가될 수 있는 조건에 대해 대표들이 한 주 간 생각해보도록 권고했다.

제6차 갈등조정회의에서 대표들은 3안인 넓은 지하보도안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합의했다. 대신 치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하도 내에 CCTV를 설치하고 LED 조명을 설치하는 방안이 포함되었다. 또한 공사를 진행하는 중에 주변 건물의 안전에 피해가 있을 경우, 공사를 즉시 중단하고 전문기관 등에 의뢰하여 책임 소재를 규명하여, 그 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하는 방법을 포함시켜 D빌라의 핵심 이해관심사를 충족시켰다. 지하보도 내의 유휴 공간은 주민 편의를 위해 활용하는 것으로 해서 일종의 인센티브로 제공했다. 대표들은 이 최종 합의문 초안을 가지고 각각의 집단으로 돌아가 2주 간의 의견 수렴 기간을 가지기로 했다.

최종합의문 초안에 대한 의견 수렴

D빌라와 S빌라의 대표들은 제6차 갈등조정회의에서 넓은 지하보도 건설안을 수용했지만, 각자의 집단으로 가서 의견을 수렴한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두 집단에서는 건물의 안전에 대해 우려하며 좁은 지하보도 건설안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많이 나타냈다. 또한 D빌라와 S빌라 측에서는 시공사가 참여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해 공사의 안전성에 대해 설명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1주일 후에 시공사가 주민 설명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한편 C빌라와 주민자치위원회, 부평구청 측에서는 의견 수렴 결과 최종합의문 초안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예정대로 2016년 5월 18일에 시공사가 D빌라 인근에서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설명회에서 시공사는 지하에 매설되어 있는 우수관 이설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을 했는데, 이에 대해 설명회에 참여한 주민들이 동요했다. 기존 최종합의문 작성을 하는 과정에서 이에 대해 논의가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부평구청이 우수관 이설 없는 공사가 당연히 가능하다고 구두로 설명했기 때문이었다. 이와 같은 설명은 당시 최종합의문에 담기지 않았는데, 시공사는 이를 공사 방식의 변경이 없는 것이라 해석한 것이었다.

그러나, 우수관 이설은 공사의 범위와 규모가 커지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D빌라의 코 앞까지 공사가 진행되는 것이고, 그 경우 D빌라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었다. 주민설명회에 같이 자리했던 조정자는 우수관 이설에 대해서는 그간 부평구가 설명한 바가 전부였고, 그 설명 내용이 시공사와는 다르다는 점을 처음 인지했다고 말했다. 조정자는 이 문제를 차기 회의에서 보다 명료하게 다루기로 했다.

기술적, 객관적 논의 진행

제8차 갈등조정회의의 가장 큰 쟁점은 공사시 우수관의 이설이 불가피한가 아니면 이설 없이 공사가 가능한가였다.

부평구청은 해당 공사가 6미터 길이의 강관을 사용하여 프론트 잭킹 공법으로 진행되는데, 기존 방법은 사용한 강관이 D빌라 쪽에서 온전히 회수되는 방식이었다고 설명하면서, 우수관 이설 없이 공사를 하겠다는 의미는 이 6미터짜리 강관을 3미터 지점에서 절단해서 강관을 폐기하여야 하므로 공사비의 상승은 있지만, 부평구에서는 이 방법으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D빌라의 대표는 우수관 이설 없는 공사를 하더라도 소음 등 다른 문제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주민설명회에서 발생했던 동요로 인해 주민대표들은 더 민감해져 있는 것으로 보였고, 논의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 넓은 지하보도 대신에 좁은 지하보도를 건설하는 것이 소음, 먼지 등 여러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차기 회의에서는 좁 은 지하보도와 넓은 지하보도 공사에 있어서 차이점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수치를 가지고 논의하기로 했다.

제9차 갈등조정회의에서는 좁은 지하보도(폭 5미터) 건설안과 넓은 지하보도 (폭 10미터) 건설안의 차이점을 구체적인 수치를 가지고 비교했다. 좁은 지하보도의 폭이 넓은 지하보도의 폭에 비해서 반에 불과하기 때문에, 좁은 지하보도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공사기간이나 소음 등도 모두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지하보도의 폭은 반으로 줄더라도 진입로의 길이는 그대로였기 때문에, 전체 공사길이는 68미터에서 63미터로 10% 정도 줄어든 것에 불과했다. 진입로 중 하나인 경사로의 길이만 50미터 정도였다. 다른 한 쪽은 길이 8미터의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실질적으로 공사 범위를 줄이는 것은 경사로 대신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방법이었다. 자전거나 유모차 등이 통행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경사로 대신 엘리베이터 설치도 가능했고, 이에 대해 한 주민대표가 제안했다. 1주일 후 열린 제10차 갈등조정회의에서 D빌라 대표는 주민들이 엘리베이터 설치에 찬성했으며, 넓은 지하보도와 좁은 지하보도 간에 공사 구간 차이가 5미터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해서 넓은 보도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주차 문제, 소음 문제 등 다른 이해관심사에 대한 해결 방안들도 다뤄졌다. 제11차 갈등조정회의에서 D빌라, S빌라, C빌라 대표들은 철도변에 방음벽 설치를 제안했다. 원래 방음벽을 철도청 소관이지만, 철도가 D빌라보다 먼저 건설 되었기 때문에 철도 관련 예산으로는 소음벽을 만들 수 없었다.

최종합의문 수정안 작성 및 배포

제12차 갈등조정회의에서는 소음측정을 통해 방음벽 설치를 추진해보자는 공감대를 형성했고, 그와는 별도로 최종합의문 수정안을 작성했다. 각 주민대표들은 해당 수정안을 가지고 자신들의 집단으로 돌아가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최종합의안에는 사업을 기존의 지하보차도 건설에서 넓은 지하보도 건설로 바꾼다는 조항부터 시작해서 20가지의 구체적인 합의 사항이 담겼다. 10월 7일에는 그동안 갈등조정회의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모여서 서명식을 진행했다.

결과

본 사례에서는 충분한 대화를 통해 갈등조정회의에 참여한 대표자들이 서로 소통했으며, 각 대표자들은 자신들이 속한 집단에 가서 그 내용을 효과적으로 공유했고, 그들의 의견을 수렴해 다시 갈등조정회의의 자리에 나와서 소통했다. 이 사업이 최종합의문대로 진행된다면, 부개1동의 중고등학생들은 그 전보다 더 편하게 학교에 갈 수 있을 것이다. 지각할 것이 걱정돼 무리하게 도로를 건너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본 사례는 갈등영향분석을 실시하고, 그 결과에 기반해서 갈등조정회의를 운영하여 갈등을 성공적으로 해결한 전형적인 사례이다. 그동안 갈등영향분석이 과연 효과적인지에 대해 현장에서 종종 의문이 제기됐는데, 이 연구는 갈등영향분석이 중립적으로 진행되고, 연계 시기에 적절한 노력이 투입되면, 분석 결과로 제시된 갈등해결 프로세스를 통해 갈등이 해결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갈등조정회의에 조정자로 참여한 단국대 분쟁해결센터 김강민, 전형준 교수는 부평구 갈등조정의 시사점으로 갈등의 긍정적인 측면은 최대화하고, 부정적인 측면은 최소화한 갈등관리의 모범적 사례로 공공사업의 갈등 해결에 있어 지자체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기념비적인 사건이라 평가했다.[1]

참고문헌

전형준. (2019). 갈등의 진단과 해결의 연계: 부평구 공공갈등 진단 및 해결 사례 연구. 분쟁해결연구, 17(3), 5-33.

강지선(2017). “공공갈등조정관제의 제도화 가능성에 관한 연구: 인천시 부평구 공공 갈등조정관 제도를 중심으로.” 한국인사행정학회보 16-4: 72-81.

김강민(2017). “우리나라 갈등관리시스템(갈등영향분석, 갈등조정협의회)을 활용한 갈등해결방안: 부평구 지하보차도 건설사례를 중심으로.” 열린충남: 72-81.

김재근・채종헌. (2009). 정책갈등의 제3자 갈등조정 효과. 「분쟁해결연구」, 7(1): 5-40.

박재근・은재호. (2016). 공공갈등 해결과정에서 조정의 성립과 합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연구. 「한국정책학회보」, 25(2): 529-558.

  1. 1.0 1.1 이정택, "인천시 부평구, 철도횡단 지하보차도 설치 민원 해결", 국제뉴스, 2016년 10월 10일. https://www.gukj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69022
  2. 서인석,"지하보차도에 밀려난 생활권", 기호일보, 2015년 7월 17일http://www.kiho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614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