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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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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농촌 유학이란

농촌유학이란 도시에 거주하던 학생들이 농촌으로 옮겨 가 일정 기간 동안 농촌에 살며 현지 학교를 다니는 것을 말한다. 주로 초등학생, 중학생 등 어린 학생들이 농촌유학을 간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 1학기 농촌유학생은 모두 235명이다. 농촌유학은 서울 학생이 서울시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은 전북·전남의 소규모 농촌학교에 6개월 이상 다닐 수 있도록 체류비(2022년 2학기 기준 학생당 월 60만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지원 예산은 서울시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은 교육청이 나눠 부담한다.

농촌유학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먼저, 도시의 가족 전체가 농촌으로 이주해 생활하는 '가족체류형'이 있다. 아이들만 농촌으로 이주하는 형태로는 현지 농가의 가정에서 함께 거주하는 '홈스테이형'과 보호자 역할을 하는 활동가가 있는 지역 내 센터에서 생활하는 '지역센터형'이 있다. 세 가지 유형 중 가족체류형이 전체 유학 사례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 농촌유학에 대한 지원 농림축산식품부는 여러 지역에 '농촌유학센터'를 선정해 농촌유학의 진행을 돕고 있다. 강원 춘천의 별빛산골교육센터, 전남 강진의 옴냇골산촌유학센터 등 현재 전국에 24개 센터가 존재한다. 이러한 지역들을 중심으로 농촌유학이 이루어지고 있다.

도시 지역의 교육청은 농촌유학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기도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13일 여러 지역들과 '농산어촌유토피아 시범마을 구축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의 대상이 된 지역은 경남 고성군, 전남 곡성군, 전남 해남군, 전북 정읍시 등 네 곳이다.

협약을 통해 구축된 농산어촌유토피아 마을에서는 주거, 문화, 복지 등 여러 분야에서 농촌유학에 필요한 지원이 이루어진다. 이 마을에서는 농촌유학의 여러 유형 중 가족체류형이 진행 될 예정으로, 지자체와 마을 공동체가 여기에 참여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 장점: 농촌유학생

농촌에 유학 온 아이들은 농촌 유학을 통해 도시와는 다른 환경을 접하게 된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가 아이들에게 이점을 제공한다. 먼저, 농촌에서는 생활 환경이 자연과 더욱 가까워진다. 아이들은 농촌에서 생활하며 논밭, 산, 강, 계곡 등 자연환경과 나무, 가축 등 각종 동식물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에 더해 농촌에서 직접 농업 등을 체험하며 기존에는 하지 못했던 경험도 할 수 있다.

작은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도시는 거주 학생 수가 많기 때문에, 학교에도 한 학급에 편성되는 학생 수가 비교적 많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교사의 관심이 여러 학생들에게 분산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농촌 학교들은 대부분 학생 수가 매우 적어 교사가 학생 개개인에게 큰 관심을 기울일 수 있다. 그래서 산만함 등으로 더욱 면밀한 관찰이 필요한 학생들이 농촌에 유학을 오기도 한다.

이 밖에도 농촌 유학생들이 얻게 되는 여러 이점들이 있다. 가족 전체가 아닌 아이들만이 농촌에 유학을 가는 경우 아이들은 부모와 떨어져 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를 통해 자립생활의 토대를 다질 수 있다. 또한, 아이들은 농촌 지역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게 된다.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배우며 지역에 대해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 장점: 농촌지역

농촌유학은 지역에도 활력을 불어넣는다. 많은 농촌 학교들은 학생 부족을 겪고 있으며 심한 경우 폐교 위기에 놓이기도 한다. 그런데 외부에서 농촌으로 유학생들이 들어오며 학교의 정원을 채우면 폐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아이들의 유입을 통해 농촌 학교 자체가 농촌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지역을 더욱 활성화시키기도 한다.

학교와 관련된 이점 외에도 여러 방면에서 유학생들을 통해 농촌 공동체에 새로운 활기가 생겨나게 된다. 아이들이 들어오면 지역 주민들과 상호작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홈스테이형 농촌유학의 경우는 지역 주민이 아이들의 부모 역할을 하며 돌봄과 교육을 담당하기 때문에 고령화되어 가는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또한, 학생들의 유학을 위해 도시와 농촌 지역이 서로 소통하고 지원 정책을 펼치는 과정에서 도농 간 교류가 활성화되기도 한다.

농촌유학에서 생태 감수성이나 지방 학교의 소멸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관계 맺는 방법을 배우는 데 있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 도시와 농촌의 관계, 사람 사이의 관계를 배우는 것이 생태전환교육의 핵심일 것이다. 농촌유학을 갔던 서울 학생 중 일부는 지원기간을 넘겨 현지에 계속 체류한다. 그러나 짧게는 한 학기만 지내다 돌아오더라도 서울과 자신이 머물던 현지 학교의 거리만큼 생각과 행동의 반경은 넓어질 것이다. 그러고보니 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에는 서울과 농촌의 학교가 자매결연을 맺고 농촌 친구들이 서울에 와 며칠간 학생들의 집에서 머물렀던 생각이 난다. 그 아이들이 자라서 서울로 오려는 꿈을 꾸었다면 농촌유학을 경험한 학생들은 자라서 지역으로 가려는 꿈을 꿀 것이다. 이제 시대가 바뀌어 농사와 농촌으로부터 배울 것이 많고 일자리가 생긴다는 점은 분명하다.


2. 농촌 유학 예산

장점이 많은 사업이지만 미래는 불투명한 상태다. 최근 서울시의회는 본회의에서 농촌유학 근거가 담긴 ‘서울시교육청 생태전환교육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의 폐지를 의결했다. 시의회 과반을 점유한 국민의힘은 진보 성향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대표 정책인 농촌유학에 부정적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교육청은 다른 조례를 근거로 사업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나 예산안 심의·의결권을 쥔 시의회의 결정에 농촌유학의 향방이 달려 있는 형국이다. 실제 시의회는 이번 본회의에서 서울시교육청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심의하면서 농촌유학 예산을 3억3600만원 중 2억1600만원만 통과시켰다. 1학기 농촌유학생 중 2학기까지 연장해서 다니길 희망하는 학생에 대한 지원 예산만 반영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2학기 전남과 강원에 신규 농촌유학생을 보낼 계획이었는데, 이들 학생을 지원할 예산 확보가 불발되면서 신규 유학생의 체류비는 전액 전남도와 강원도 교육청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조례 폐지에 대한 재의 요구를 검토 중인데 시의회 3분의 2 이상을 국민의힘이 차지하고 있어 폐지안이 그대로 통과할 가능성이 있고, 폐지가 번복돼도 국민의힘이 예산 확보에 협조해주지 않으면 사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장원 농촌유토피아연구소장은 “도시 학생은 자연에서 생태 감수성을 익히고 농촌은 생활인구를 확보할 수 있는 좋은 정책이 정쟁으로 지속성을 위협받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국회에서 농촌유학 지원 근거를 법에 명문화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밝혔다.


3. 해외 사례- 일본 산촌유학

일본산촌유학은 1968년에 시작됐다. 당시 도시의 공립학교 교사였던 아오키(靑木, 소다테루카이 이사장) 씨는 입시전쟁터 같은 도시 학교에서 시들어가는 아이들을 보며 더 이상 교육에 희망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산으로 둘러싸였던 자신의 고향인 나가노 현을 떠올렸다. 사시사철 변화무쌍한 자연은 늘 새로웠고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고 함께 놀던 친구들이 있었다. 곧바로 학교를 그만두고 아이들과 자연이 만나면 여러 가지가 해결되겠다는 생각을 품고 자연체험활동 중심으로 배우고 익히는 ‘소다테루카이(育る會)’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아오키 씨의 교육이념에 뜻을 같이하는 교사나 학부모의 도움을 받아 초·중학생들이 여름, 겨울방학 또는 주말을 이용해 자연체험활동이나 농가생활 체험활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짧은 체험으로는 농촌의 절기를 경험하지 못한다는 판단과 ‘더 오래 있고 싶다’는 아이들의 요청에 따라 5년째부터는 지역 학교의 협조를 받아 아이들 9명과 함께 일 년 동안 지내는 장기산촌유학을 시작했다.

산촌유학, 지역 살리기 아이템으로 주목

산촌유학을 희망하는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농가에서만 머물기보다 공동체 생활을 경험할 기회와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나가노 현 야사카 마을에 최초의 산촌유학센터인 야사카센터를 만들었다. 처음 지자체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아이들의 소리가 사라졌던 산골에 한꺼번에 스무 명이 넘는 아이들이 들어오고, 그들의 부모형제가 마을에 드나들기 시작하면서 사람이 빠져나간 산골에 사람을 불러들이는 산촌유학은 지역 살리기 아이템으로 주목을 끌었다.

학교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 정원이 늘면서 예산지원도 늘었고, 교사도 더 충원됐다. 이런 소문이 전국으로 퍼져나가 여러 지자체들이 산촌유학을 유치하려 들었다. 센터도 지어주고 운영에 필요한 재정지원을 하겠다는 지자체도 늘었다. 그런 바람을 타고 만들어진 곳이 야사카센터 옆 마을의 오오카센터였다.

생활자립을 철학으로 하는 오오카 마을

오오카산촌유학센터는 오오카(大岡) 마을 재정으로 건물을 세우고 운영비를 보조해준다. 이곳은 도시아이들이 부모 곁을 떠나 시골마을로 유학을 와 지역학교를 다니면서 머물도록 만들어진 산촌유학생들의 숙소다. 대도시에서 온 초등학생, 중학생 아이들이 1~2년 동안 머문다.

센터재정은 부모의 참가비와 지자체의 지원이 각각 반 정도다. 산촌유학을 기획하고 실천하는 ‘소다테루카이’ 사람들은 공적인 지원을 받는 것에 매우 당당하다.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아이들에게 제대로된 교육을 시키는 것만큼 공적인 투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물론, 이들의 당당한 태도에는 호의적인 지자체와 마을의 분위기가 뒷받침됐다.

산촌유학의 기본정신은 자립하는 아이

오오카센터의 아이들은 밥상을 차리는 것부터 밥상을 치우고 설거지까지 스스로 한다. 만약 집에 있었다면, 아마 과보호하는 부모 때문에 응석받이가 됐을 텐데 여기서는 서로 회의를 하면서 대가족 형제들처럼 서로 도와주면서 생활을 하고 있다. 물론, 학원이 없는 탓에 숙제와 공부도 스스로 한다.

센터의 교사들은 숙제를 몰라 물어보는 아이나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아이에게만 공부를 도와준다. 여러 아이들과 어울려 공동체생활을 하면서 빨래와 청소 같은 일상생활도 제 손으로 해결한다. 또 아이들이 스스로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을 지도하는 데 중심을 두고 있다.

센터 건너편에는 아이들이 가꾸는 텃밭이 있다. 작은 밭을 빌려 농사를 짓는다. 농사법 역시 마을의 농부가 가르쳐준다. 그밖에도 어른들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을 자주 가지면서 마을공동체와 어울리는법을 배운다. 저녁식사에 나온 국은 아이들이 기른 채소, 버섯을 재료로 요리했고, 마을의 할머니에게 직접 배워 제조한 된장으로 국을 끓인 것이다.

센터는 도시 아이들을 위한 공간만은 아니다. 센터 공부방에는 마을 아이들의 사물함도 마련돼 있는데, 도시 아이들이 머무는 동안 단기체험 프로그램이 자주 열린다. 이때 마을에 사는 아이들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어울리면서 숙식을 함께한다.

다양성을 지향하는 오오카초등학교

그렇다면 도시의 아이들을 1년간 받아들이는 학교는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을까. 아이들이 다니는 오오카초등학교를 둘러보면서 스스로 생활하고 사고하는 자립성과 독립성, 탐구정신을 중요시 여긴다는 것을 알았다.

학교탐방 후 오오카초등학교 교장과 일선 교사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다른 교사와 마을 주민의 반응을 들을 수 있었다. 산촌유학을 10년째 하고 있지만, 교사들은 처음부터 반대하지 않았다. 교사들도 다양한 교류를 중요시 여겼기 때문에 반대는 없었고, 오히려 인원이 적은 시골학교 아이들에게도 친구가 늘어 좋은 일이라고 인식했다. 그래서 학교 프로그램이 유학생을 특별히 배려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통합해 교육할 수 있다.

한 교사에게 지역 주민과 학부모의 반응에 대해 물어봤더니 “아이들이 워낙 없었기 때문에 농가에서는 아이들이 늘어서 좋아한다”며 “지역 전체가 아이들을 같이 키운다는 생각이 전부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산촌유학의 장점은 많지만 가장 큰 장점은 첫째로 자연과 함께 성장한다는 것이다. 된장을 만들고 농작물을 재배하며 같이 커간다. 둘째로는 지역의 농촌생활에서 지혜를 배운다. 셋째로는 산간지역의 작은 규모이기 때문에 섬세한 교육이 가능하다.

일본의 경우 벽지근무를 해도 승진과는 상관없는데, 단지 3년간 벽지에서 근무하면 평생 1회 1호봉이 올라간다. 그래서 자연스레 시골 근무에 대한 진정한 뜻이 있는 교사들이 자발성을 갖고 교육을 할 수 있다.

또 생활문화가 서로 다른 지역 아이들과 산촌유학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게 아닌가 물었더니 “당연히 문제가 있을 때도 있다. 각각 다른 지역과 가정에서 다양한 조건에 따라 문제가 일어나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한다.

이처럼 생활문화가 다른 인격체들이 만나는 곳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당연하다. 오히려 문제에 당면했을 때 해결하는 과정을 중요한 교육과제로 본다는 뜻이다.

이처럼 센터, 농가, 학교의 현실적 입장이 달라도 이들은 모두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생활하는 힘을 기르고 자연 속에서 더불어 사는 지혜를 갖고 살아가는 것을 우선시 여긴다.


4.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국회에서 농촌유학 지원 근거를 법에 명문화해 농촌유학을 지원해야할 것이다.

마을과 학교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농촌유학을 통해 친구가 생겨 좋은 것 이면에 갈등과 상대적 박탈감 같은 것이 시골아이들과 마을주민들에게 생길 수도 있음을 경험했다. 생활과 교육 그리고 기존 동네 아이들과의 관계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협의, 이해 등이 먼저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도시유학생에만 초점을 맞추면 안되고 농촌과 농촌 아이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자칫 농촌유학이 도시아이들의 추억 쌓기 체험으로 전락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